영화 독전 1이 개봉되었던 2018년 5월에는 보지 못했다. 이후 故 김주혁 배우의 유작이라 넷플릭스에서 찾아보게 되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배우들의 소름 끼치는 연기에 강한 인상을 받았던 작품이다. 아직 못 보신 분이 계신다면 독전 2를 보기 전에 꼭 챙겨보시길 추천한다.
개요 : 범죄. 대한민국. 123분
개봉 : 2018년 5월 22일
원작 : 영화 마약전쟁 (2013년 두기봉 감독의 홍콩영화 '마약전쟁'을 리메이크)
영화 독전 1의 스포 없는 리뷰
조원호는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의 보스인 이 선생을 잡겠다는 신념 하나로 똘똘 뭉친 형사다. 오랫동안 그를 추적해 왔지만, 실마리를 잡지 못하던 중, 이 선생의 '조직 청소'로 추정되는 '인천 공장 폭파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경찰에 보호를 요청한 오연옥과 유일한 생존자 서영락이 등장하며 조원호는 실마리를 잡아가기 시작하는데.
때마침, 이 선생의 제의로 중국 마약시장의 거물이자 길림성파의 두목인 진하림이 한국에 직접 오게 된다. 진하림과 서영락 외에는 이 거래에서 서로 얼굴을 아는 사람이 없기에 조원호는 서영락과 함께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호텔 위, 아래층. 긴박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일사란하게 진행된 계획은 그야말로 상상 이상, 가슴을 쫄깃하게 만든다. 배우들의 소름 끼치는 연기로 독전 1의 Best 장면은 여기서 다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김주혁과 진서연의 미친 연기. 미쳤다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최고였다!
그리고 '이 선생'이라 사칭하는 마약 조직의 큰 위치를 차지한 재벌 2세, 브라이언 리. "우리 다 함께 기도합시다"를 남발하며 인정사정없는 잔인함을 보이지만 항상 예의를 갖추며 존댓말을 사용한다. 한 마디로 사이비 종교의 사기꾼 교주 같아 보인다.
브라이언 리의 등장으로 서영락과의 보이지 않는 머리싸움과 조원호의 이 선생에 대한 집요함은 점점 더 고조되어 간다. 그 속에서 한국항공 상무이사 출신의 박선창은 서영락과 조원호로 때문에 꼬여버린 일들을 수습하느라 동분서주 한다. 약자에게는 포악하고 강자에게는 굽거리는 비열한 인간. 깔끔한 일 처리와 광기 어린 잔인함으로 입지를 다진 만큼, 곳곳에서 그 면모가 드러난다.
흔들림없는 차분함으로 이 난장판을 조정하고 있는 듯 보이는 서영락. 그 무표정 속에 많은 것들이 담겨 있는 듯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선생'이 누구인지 함께 추리했고, 조원호의 시선을 따라 한 사람을 같이 지목하게 되었다. 조원호가 집착에 가까운 신념으로 브라이언 리가 '이 선생'이 아니라고 할 때 나 또한 그는 아니라고 부정했다. 사칭하던 자를 공식적인 '이 선생'으로 만들어 수사를 마무리할 때 조원호 형사와 함께 분개했다. 그리고 한 사람. '이 선생은 바로 너야!' 라고 굳건히 믿었다.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음에도 그 사람이 이 선생이라 믿은 것이다.
영화는 넓은 설원 위 시원하게 뻗은 도로를 달리는 조원호의 모습으로 시작되었다. 풍경은 참 예쁘고 평화로왔지만, 조원호의 얼굴은 평화로움과는 멀어 보였다. 그리고 산과 호수가 보이는 그림 같은 설원 속 오두막을 배경으로 끝이 났다.
마지막 그들의 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평화로운 풍경을 찢었던 섬광은 무엇인지? 대체 왜? 라는 의문을 남기고 그렇게 영화는 오픈 결말로 끝이 났다.
독전1의 출연진
이해영 감독의 그간 영화는 흥행에 성공적이지 못했던 반면, 이번 독전 1은 2018년 개봉한 영화 중 첫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상반기 한국 영화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의 보스 이 선생
중국 마약 시장의 거물이자 길림성파의 두목인 진하림(김주혁), 그의 부인 보령(진서연)
이 선생의 후견인 오연옥(김성령)
마약 조직의 최대 간부 중 하나인 박선창(박해준)
이우해운 회장 이학승의 둘째 아들, 조직 내에서 큰 위치를 차지하는 이인무 = 브라이언 리(차승원)
조직의 말단직원 서영락(류준열)
최상의 마약을 만들어 내는 실력자 농아 남매 동영(김동영)과 주영(이주영)
영화 독전 1의 출연 배우 중 영화를 끌고 간 세 사람을 보도록 하겠다.
- 이 선생에 대한 광기 어린 집착을 보인 조원호 형사역의 조진웅
믿고 보는 조진웅. 그의 연기는 늘 듬직함이 있다. 실망을 주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다. 이번에도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극 중 역할이 갖는 신념에 관객을 끌어들여 오롯이 그와 함께 몰입하게 하는 마력을 발휘했다.
진하림을 만나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는데 그 중 하나는 마약을 흡입하는 장면이었다. 그동안 TV나 영화에서 보아 온 마약 투여는 주사나 물에 타 마시는 것이었다. 코로 직접 흡입하는 장면은 내게 큰 충격이었고, 그 장면을 연기해 낸 배우들도 대단하다 생각했다. 이 장면을 위해 조진웅은 분필 가루와 소금으로 연습했다 하니 그의 그런 열정이 관객의 뇌리에 남는 장면을 만든 게 아닌가 싶다. -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흔들림 없는 감정을 표현해 낸 류준열
조직의 말단이 중국 거물을 독대한다는 설정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었고, 조진웅을 돕는 와중에도 여러 부분 의구심이 들었던 터라,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어디까지 그를 믿어야 할지 그 경계선을 정하는 것조차. 사람 잘 믿는 나에겐 어려운 일이었다.
꽃미남 배우들이 넘쳐나는 요즘, 몇 안 되는 개성 있고 매력있는 배우가 아닌가 싶다. '응답하라 1988'을 시작으로 그의 연기 인생이 승승장구하는 것 같아 덩달아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그를 힘차게 응원할 것이다. - 우리의 영원한 '착한 형, 김주혁'. 이런 강한 연기를 남겨놓고 홀연히 떠나버려 야속하기만 하다.
'무한도전'에서 한없이 착한 형이었던 김주혁. 그에게는 겉에서만 보이는 선함이 아닌, 인간 자체의 내면에서 우러나는 선함이 느껴져 이유 불문 자연스럽게 좋아졌던 배우였다. 그의 사망 소식은 너무도 가슴이 아팠고 믿고 싶지 않았었다. 뉴스에서 전해 들은 유명인 사망 소식에 진심으로 슬픔과 안타까움을 느낀 것도 내게 흔한 일은 아니었었다. 그런 그가 관객들을 위해 강한 연기를 남기고 떠나 버렸다...
파격적인 의상과 무례함의 극치였던 등장 씬. 진서연과의 과격한 애정 씬, 과감하고 충격적인 마약 흡입 씬. '그냥 미쳤다. 둘 다 제대로 미쳤다." 그렇게 느꼈다. 진서연이어서 살 수 있었던 장면이고 김주혁이어서 살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이 장면들에서 이미 나는 녹다운 되었던 게 아니었을까. 그렇게 약에 취한 듯 영화에 빠져든 게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독전 1 감상 후기 : 영어표기 'Believer' 에 대해.
독전 1은 2013년 두기봉 감독의 홍콩영화 '마약전쟁'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독전 또한 한자 毒戰을 써서 독과의 전쟁, 마약과의 전쟁일 거라 당연스레 생각했었다. 그런데 영화 포스터에는 영어 표기로 'Believer'라고만 되어 있다. 독전... Believer.
"미친 거 알면 건들지 마십시오. 이 선생, 잡을 겁니다."
"어떤 한 인간을 존나게 집착하다 보면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신념 같은 게 생기거든?"
주인공 조원호의 대사에 힌트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독전 2에서 그 힌트의 정답을 알 수 있을 거란 기대와 함께 영화를 이해하고 감상하는 눈높이를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많은 생각과 의문을 갖게 했던 영화 독전 1의 리뷰를 마친다.
영화 독전 2. 내게는 감독의 의도를 따라가기 버거웠던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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