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 생각했다. 11월이 다 지나고 12월이 되어도 늘 그랬듯 첫눈은 늘 늦었고 추워도 강추위는 아니라 아직은 늦가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눈이 왔다. 그것도 20cm가량 쌓인 눈이 말이다. 아주 당황스럽다. 나는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있는데 계절이 먼저 와버렸다. 이럴 수가. 뜸도 안 들이고 훅 들어온 눈치 없는 눈일세.
여름옷에서 얇은 가을옷으로, 그리고 늦가을 코트를 꺼낸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 텀도 길지 않아 한번도 입지 못하고 그냥 넣어둔 옷도 있다. 이번에도 제대로 입지도 못한 트렌치코트는 그대로 넣어두고 겨울 코트와 파커를 꺼내야겠다. 진짜 당황스러운 날씨 맞네.
어제 늦은 밤, 창문을 살짝 열었는데 싸리눈인지 우박인지 모를 하얀 것들이 난간에 쌓여 있었다. 뉴스에서 첫눈이 올거라고 했을 때 무슨 벌써~ 했는데 왜이리 잘 맞춘거야.
잽싸게 옥상으로 올라가보았다. 아직은 비와 섞여서 내리는 터라 눈이 물반 눈반으로 살짝 바닥에 슬러시가 되어 있었다.
어젯밤의 눈은 마치 결이 곱지 않은 설탕가루를 뿌려둔 듯하다. 비가 섞여서 내리다가 눈송이도 보였다가 영~ 이 눈을 보고 예쁘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햐~ 이거 첫눈인데 이렇게 쌓여도 되는 건가. 첫눈은 살포시 신고만 해야되는 거 아닌가. 이렇게까지 쌓일 줄이야. 너무 당황스럽다. 너무. 아직 늦가을이었는데 벌써 이렇게 훅~ 가장 좋아하는 계절, 가을을 뺏어가 버렸다.
그렇다고 온통 하얀 세상이 되는 겨울이 싫은 건 아니다. 단지, 너를 맞을 준비를 아직 하지 않았을 뿐.
쓰지 않는 장독에는 위 처마 덕분에 눈이 반쯤 덮혔다. 그것도 반은 흘러내리고 있다. 그다지 예쁜 사진은 아니지만, 요즘 쉽게 볼 수 있는 장독대는 아니라 눈이 그나마 덮여 있는 보습이 운치 있어 찍어보았다.
멀리 보이는 눈 덮힌 북한산이다. 이쁘다. 참 이쁘다.
한국에 온 동남아 여행객들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처음 보고 아주 신이 난 모습을 보았다. 평생 한 번도 못 본 눈을 한국 여행에서 운 좋게 보았으니 얼마나 좋을까.
이번 첫눈은 1907년 10월 서울에서 근대적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월 적설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눈을 보고 예쁘다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제설 작업으로 비상근무를 하며 힘들게 일해야 하는 분들도 있고, 운전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분들은 나빠진 도로 상황으로 걱정도 많아졌을 것 같다.
거기에 오늘 밤 또 폭설이 예상된다고 하니, 정말 첫눈 치고는 눈치가 정말 없다. 적당히가 없이 극과 극만 존재하는 듯한 세상에 하늘에서 내리는 눈조차도 적당히를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2024년 11월 26일~27일. 서울에는 20cm에 육박하는 눈이 밤 사이 내려 모두가 당황스런 하루다.
녹색과 조명의 만남. 도심 속에서 보는 동화 속 풍경이 아닐까.
화살나무 새순의 성장 모습과 화려한 봄꽃, 철쭉 영산홍으로 힐링 타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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