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교섭은 넷플릭스에 '탈레반에게 인질로 붙잡힌 한국 여행객들을 구하기 위해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이 힘을 합쳐 임무를 수행하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소개가 되어 있어서 보게 되었다. 그런데 뭐지? 선교단 피랍 사건? 잊고 있었는데 이 영화 때문에 다시 생각이 났다. 그 당시 온 국민을 화병나게 만든 사건을 왜 소재로 했을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영화속으로 들어가보자.
장르 : 범죄, 액션, 드라마
등급 : 12세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시간 48분
국가 : 대한민국
개봉일 : 2023년 1월 18일
감독 : 임순례 감독
출연 : 황정민 (정재호 역), 현빈 (박대식 역), 강기영 (카심 역)
"국가의 의무가 중요한 만큼 국민의 의무도 중요하다."
이 생각이 밑바탕에 깔린 채로, 애초부터 내 마음의 온도는 0℃.
교섭의 감독과 출연배우
임순례 감독은 신인 시절부터 동갑내기 김기덕, 홍상수 감독과 함께 주목을 받았었고, 많은 작품 중에서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리틀 포레스트'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교섭은 그동안 만들었던 영화와는 결이 달라도 너무 다른 영화였다.
여기서 잠깐! 한국 영화의 두 글자 제목은 사람을 많이 헷갈리게 한다. 제목은 알겠고 보긴 했는데 이게 그 영화였는지 저게 이 영화였는지 그걸 알아맞추기가 내겐 참으로 어려운 과제다. 마치 노래 제목을 두 글자로 지어서 매번 헷갈리게 만드는 코요테의 노래처럼 말이다.ㅎ
말이 샜다. 암튼, 각설하고 교섭에서 강기영 배우의 카심역은 이런 영화에서 긴장감과 소재의 무거움을 유효 적절하게 완화해 주는 코믹적인 역이다. 그러나 카심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우영우 변호사나 자산어보에서의 강기영 배우와는 많이 다른 캐릭터라 새로운 면모를 보았는데, 나름 잘 어울렸다.
교섭의 줄거리
우르르 피랍된 선교단 23명을 구출하기 위해
영화 오프닝. 황색 벌판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열심히 기도 중인 사람들 앞에 탈레반 무장단체가 들이닥친다. 겁에 질린 사람 중 한 남자가 한국인이라 밝히고 자기들은 투어리스트라고 한다. 테러리스트는 여권을 집어던지며 말한다.
아프가니스탄에는 관광지가 없다
한국에서는 이로 인해 난리가 났다. 사무실로 급하게 들어오는 재호는 상태를 파악하기 시작한다.
재호 : 어떻게 여행 제한국까지 들어갔냐고~~~! 씨. 미치겠네 진짜! (입을 앙다문 재호. 굉장히 화가 나 있다.)
차서기 : 베이징을 경유해서 두바이로 입국한 거라고...
재호 : 뭐야 이거? 전부 같은 교회 사람들이잖아! 이 사람들 입국 목적이 뭐야?
차서기 :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단기 선교' 갔다고 합니다.
재호 : 뭐? (헐~)
TV에서 탈레반에 피랍된 23인을 앞에 앉혀두고 탈레반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말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군대를 철수하고
카불 교도소에 수감 중인 탈레반 전사 23명을 즉시 석방하라!
무조건 '자원봉사자'로 보도 통일하라고 해. 빨리 가~ 아니면 저 사람들 다 죽어!
교섭 전문가 재호는 외교관으로서 지켜야 할 선 안에서 원칙을 고수하는 인물이지만, 아프가니스탄의 경험은 없다. 그러나 24시간이라는 촉박한 시간으로, 그들을 구출하기 위해 카불로 떠난다.
파키스탄 카라치 교도소에서 넉 달 만에 나오는 현지 국정원 직원 박대식. 그는 이전 인질 구출 작전 중 인질이 살해당해 실패했던 뼈아픈 경험이 있고, 교섭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또한, 그 지역의 특색을 잘 알고 있어,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보다는 현지에 맞는 교섭 방법을 추구한다.
이 둘의 만남은 처음부터 맞지 않아 보였다.
재호는 아프가니스탄 외무부와 방법을 모색하나,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 수감자를 석방하는 일은 없다고 못 박는다. 뜻대로 풀리는 게 없다.
대식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현지 한국인, 파슈토어 통역 전문가 카심을 찾아간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아프간의 영향력 있는 원로 부족 회의, 지르가에 참여하는 부족장을 공략하기로 한다.
카심과 함께 그의 환심을 사고 인질 석방을 약속받지만, 피랍인들이 자원 봉사단이 아니라 선교단이란 사실이 들통나면서 그마저도 실패하고 만다. 그 중요한 시점에 한국에서 내보낸 토론 생방송이 화근이었다.
그렇게 대식의 계획이 실패하면서 피랍인 중 1명이 살해당한다. 탈레반과 협상 조율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에게 사기까지 당하면서 시간이 가는 사이 탈레반은 또 1명을 살해한다.
그 와중에 한국과 미국은 군사 작전에 돌입하기로 하고, 탈레반이 추가로 인질을 살해할 경우 구출 작전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세운다. 재호는 대통령 비서 실장에게 대면 협상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요청하여 결국 마지막 협상을 할 수 있게 된다.
긴박함으로 포장된 블랙 코미디 같은 대면 협상 과정
탈레반은 협상 조건을 바꾸지 않았다. 정부도 우리 측에서 제시할 조건을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 재호는 무엇을 믿고 대면하겠다 한 건지 알 수가 없다. 목숨 건 협상 아닌가? 누굴 위해 걸어야 하는 목숨인거지? 카심의 목숨은 누가 책임진다고 상황 설명도 없이 데려간단 말인가? 배짱은 좋았으나 너도 죽고 나도 죽겠다는 동반 자살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전혀 공감할 수가 없었다.
거기다 탈레반 수장은 무언가? 탈레반 석방을 그렇게 부르짖더니 군사 작전 개시로 지하 동굴이 흔들리고 흙이 쏟아져 내리는 판국에 흥정을 하고 있다. 표정은 둘 다 심각하다. 재호는 아닌 척, 바짝 긴장해 있고, 탈레반 수장은 그 와중에도 표정 변화조차 없다. 이 얼마나 긴장감으로 숨이 막힐 순간인가!
5,000만 달러→ NO → 4,000만 달러 → NO, 2,000만 달러.
코미디다. 그들의 목적이 결국 돈이었다 하더라도 위기일발의 상황에 그런 태도 변화는 참 우스웠다. 재호의 계획은 "구출 작전으로 많은 희생을 치르기보다는 협상을 성사시켜 희생을 막고 수장으로서의 명분도 얻어야 한다"라는 설득으로 탈레반 수장의 명예와 자존심을 건든 후에, 물기 좋은 '돈'이란 미끼를 코 앞에 투척해 주는 것이었나? 무모하면서 위험성까지 높은 도박이었다고 느꼈다.
명심해라. 아프가니스탄은 제국주의자들의 무덤임을!
한국군은 모두 철수하고 아프간에 있는 모든 한국인들 한 달 이내로 모두 떠난다, 영원히.
다시는 이 땅에 발을 들이지 말아라, 한국인!
슬그머니 돈으로 타협한 수장의 엄포는 참 무색해 보였고, 그렇게 21인은 구출이 되었다.
영화 교섭을 보고 나서
2007년 당시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었고, 무사하길 염원도 했다가, 그들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으로 야기된 사건에 분노로 들끓었던 사건. 국민들 화병 들게 한 사건. 선교한다고 가서 대한민국을 온 세계에 조롱거리로 만들었던 그들도 이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을 텐데 이 영화는 보았을까? 봤다면 무엇을 느꼈을지 궁금하다.
영화 교섭으로 인해 2004년에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되어 피살된 김선일 사건까지 떠올랐다.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모두가 안타까워하고 슬퍼했었다. 살려 달라고, 살고 싶다고 울부짖던 그의 모습이 오랫동안 떠나지를 않았었다. 그런 가슴 아픈 피랍 사건도 있었다.
비공식작전에서 다뤘던 도재승 서기관의 피랍 사건도 가슴 졸이며, 그가 겪었을 고통을 고스란히 공감하며 두 손 모아 구출 작전을 응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목숨을 걸고 구출 작전에 임하는 두 사람에게 몰입할 수가 없었다.
실화 바탕의 영화가 아니었다면 나름 괜찮았을지 모르겠다. 이미 영화 소재로 인해 내 마음의 온도는 0℃로 시작이 되었고, 중간중간 선교단의 V자 사진까지 오버랩되면서 공감하고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더 이상의 말은 자제하려 한다. 계속 좋은 말이 안 나와서 말이다. 그때의 일은 관련기사 링크로 대신하고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 아프간 피랍 사태 1년, 그후 샘물교회는? [조선일보 2008.07.18]
▶ 10년 전 오늘, 전 국민을 경악케 한 샘물교회 피랍 사건 [중앙일보 2017.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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