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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록창고

실화 영화 '비공식작전' 도재승 서기관 구출 작전의 전모

by 휘벋 2024. 1. 7.

 

도재승 서기관 구출 작전의 전모

실화 바탕 영화 비공식작전을 재미있게 본 후, 실제 상황은 어땠는지 궁금했다. 영화에서의 긴박감이 실제는 어땠을지, 어떠한 경로와 어떠한 사람들이 이 구출 작전에 관여했는지, 그리고 찜찜하게 마무리된 한국정부의 마지막 몸값 지불은 어떻게 이행되었는지 파헤쳐 본다.

사건의 발단과 구출 작전을 위한 사전 작업

1986년 1월 31일 오후 3시경, 레바논 주재 한국대사관의 도재승 2등 서기관이 베이루트 시내에서 납치됐다. 이는 한국 외교사상 처음으로 일어난 외교관 피랍사건이었다. 하지만 애초에 대상을 일본인으로 착각하여 한국인을 잘못 납치한 사건으로, 리비아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투쟁혁명세포'라고 밝힌 테러리스트 집단에서조차 인질로서 정치적 가치가 없는 도재승 서기관의 납치를 당황스러워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세상의 모든 레이더에서 사라지고 만다.

도재승 서기관 사진1
출처 : imnews.imbc.com / 미국인이 표식이 된 '타임'지를 전달해 도 서기관의 생사를 확인했던 사진

도재승 서기관 구출 작전은 삼성 그룹에서 퇴직한 한국 기업인 C 씨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서 도재승 서기관을 송환시킬 힘은 없다고 생각, 미국인 친구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는 미국의 X 기관에서 은퇴하였지만, 근무 당시 중동지역의 민감한 정치문제를 다룬 경험이 있고 한국의 실정 또한 잘 아는 인물이었다.

C 씨는 미국인의 부탁으로 외교관 J 씨와의 만남을 주선했고, 그 만남은 도재승 서기관 구출 작전의 출발이 되었다. 미국인은 도재승에 관한 많은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유럽으로 날아가 몇몇 친구들을 만났다. 레바논 내전 전까지 그곳에서 사업체를 운영했던 미술수집상 N 씨도 있었다. N 씨는 독일 정부와도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었으며, 독일인 구출 작전에 직접 참가했던 친구도 있었다.

 

미국인은 도재승 서기관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미국인은 한국의 입장을 확인했다. 한국정부는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30일 이내에 그를 조용하고 신속하게 구출해야 한다고 하였고, 미국인 측에서 제시한 3가지 조건에 대해서도 모두 동의했다. 그리고 한국정부의 최고 책임자의 승인이 나면 언제라도 유럽으로 날아갈 수 있는 경험 많은 외교관 J 씨를 이 계획의 연락관으로 지명했다.

이로부터 2주 후 미국인은 N 씨와 N 씨 친구들을 통해 도재승을 납치한 사람들과 꽤 믿을 만한 채널을 개설했고, 베이루트 무장단체들과 돈독한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레바논 정부 고위 관리와도 접촉했다. 이 레바논 고위 관리는 베이루트의 무장단체들에 그의 이름을 걸고, 유럽 쪽에서 몸값 지불 등 모든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역할을 맡았다. 유럽 쪽 사람들의 리더로서 N 씨 역시 도재승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독자적인 채널을 활용했다.

 

미국인이 유럽에 가서 맨 처음 한 일은 도재승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이미 도재승은 사망했고, 테러리스트들이 그의 시신으로 몸값 흥정을 하려 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민준이 '타임'지를 든 도재승의 사진을 요구한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는 미국인이 한 일이었다. 이것은 최소한 도재승이 그 시점까지는 살아있다는  사실과 유럽 측에서 납치범들과 믿을 만한 연락선을 확보했음을 입증하는 일이었다.

각 단계별 계획 수립과 사안에 따른 중요성

이제 단계별 계획이 수립됐다. 

  1. 한국 외교관 J 씨가 몸값의 절반을 소지하고 민간 항공편으로 베이루트에 도착한다.
  2. 시리아군이 장악하고 있던 베이루트 공항 검문대를 무사통과 할 수 있도록 사전 조치를 끝낸다.
  3. 검문대 통과 후 테러리스트 그룹과는 무관한 제 3의 이슬람 무장단체가 J 씨를 보호, 도재승 서기관의 석방 장소로 이동한다.
  4. 무사히 도재승 서기관이 석방되면 유럽에 대기 중인 한국 측 사람들과 직접 통화하여 무사 석방을 확인한다.
  5. 제3의 이슬람 무장단체는 도재승의 이름과 신분을 위조, 민간 항공기를 타고 베이루트를 안전하게 떠날 때까지 그를 보호한다.
  6. 유럽에 대기하고 있는 한국 측에 무사히 도착한다. 

몸값은 몇 차례에 나뉘어 전달될 것이며 최종적으로 도재승이 제3의 이슬람 무장단체에 의해 안전한 곳으로 옮겨지면, 유럽에 파견된 한국 측과 도재승이 직접 통화하여 사실 확인 후 몸값 전액을 지불하는 것을 큰 골자로 했다.

베이루트 사진
출처 : imnews.imbc.com / 베이루트

그러나 한국 측은 도재승이 테러리스트 손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제3의 이슬람 무장단체에 넘겨지기 전까지는 전체 몸값의 절반인 첫 번째 전달분을 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해할 수 있는 주장이라 유럽 쪽 사람들은 첫 번째 전달분을 자기들이 직접 마련했다.

이 구출 작전의 계획 중 가장 위험한 단계는 도재승이 이슬람 무장단체에 인계되는 시점이다. 이는 유럽 측 사람들에게는 먼저 지불했던 돈을 회수해야 하는 것과 동시에, 모든 당사자들에게 도재승이 베이루트를 벗어나면 나머지 몸값이 지불될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하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는 한국 측의 몸값 전액이 유럽 측에 전달되면, 유럽 측에서는 도재승이 안전하게 베이루트를 빠져나올 수 있도록 여러 단체에 돈을 지불하기 시작해야 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미국인은 한국 측, 유럽 측, 레바논의 고위 관리자 등 모든 관계자들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맡게 돼 있었다.

 

전체 계획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인 C 씨가 '한국의 충실한 약속 이행을 유럽 측에 보증해 주는 일'이었다. 유럽 측과 레바논 측은 미국인을 믿었고 미국인과 한국 측과의 관계를 신뢰했기 때문에 이 작전이 가능했던 것이다.

구출 작전 개시와 위기들

모든 준비는 끝났고 J 씨는 베이루트에 도착했다. 치밀하게 사전준비를 마쳤음에도 처음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베이루트 공항에서 시리아군 대령이 J 씨에게 총을 겨누며 몸값 상당 부분을 탈취해 갔고, 게다가 베이루트의 여러 무장 집단에 인질 거래가 진행 중이라는 소문을 퍼뜨렸다. 피에 굶주린 늑대처럼 이 무장 집단들의 몸값을 노린 경쟁적인 추격도 시작되었다.

J 씨가 테러리스트를 만나러 가는 중에 이 갱들의 습격으로 무고한 시민 2명이 기관총에 즉사했고 여러 명이 부상했으며, 도재승이 제3의 이슬람 무장단체에 넘겨진 후에는 도재승을 찾기 위해 갱조직들이 아파트 단지를 몰려다녔다. 그런 와중에도 다행히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도재승은 더 안전한 곳에 숨어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중요한 시기에 정부 내 미비한 내부조율과 상대방에 대한 불신 등의 이유로, 최종적으로 지불해야 할 나머지 절반은 미리 낼 수 없다고 말을 바꾸었다. 미국인의 입지가 매우 곤란해지는 상황이었다.

도재승서기관 석방 뉴스보도사진
출처 : imnews.imbc.com /도재승 서기관 석방 뉴스

이제 도재승의 운명은 한국 정부의 의지가 아니라 유럽이나 베이루트 쪽 사람들의 손에 맡겨진 것이다. 그들은 더 이상 한국 정부를 신뢰할 수 없게 됐다. 미국인은 일단 유럽 측을 설득하는 한편, 레바논 정부관리를 통해 도재승을 보호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설득을 맡아달라고 부탁했고, 한국 내 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의 장관급 인사와 통화하였다.

미국인은 한국 정부 안에서 최소한 3개 기관 사이에 오해와 혼선이 있었고, 사전에 도재승 문제가 적절하게 조율되지 못했으며 결정된 정책에 대한 합의도 없었다는 것을 듣게 된다. 또한 전두환 정권의 고위 관리 중,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말이다.

이 상황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도재승은 물론, 도재승 구출 작전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었다. 한국 정부는 그런 사정을 알면서도 방법이 없다고 했다.

도재승 서기관 구출작전을 영화화한 '비공식작전'

 

비공식작전 : 실화 바탕, 통쾌한 스릴과 진한 감동까지!

실제 있었던 인물과 사건을 바탕으로 픽션이 가미된 영화다. 하정훈과 주지훈 두 사람의 코믹과 진지를 오가는 연기. 그 안에서 피어나는 브로맨스. 시원시원한 추격전의 통쾌한 스릴과 그 안에

huibud.com

 

해결 실마리와 도재승 서기관의 무사 귀환

이때 유럽팀의 미술수집상 N 씨가 나섰다. 그는 도재승의 생명과 그를 숨겨준 사람들의 피할 수 없는 희생, 베이루트 측과의 신뢰 등을 고려하여 결국, 자신이 돈을 마련하기로 한다. 그것 밖에는 다른 방안이 없었다. 그 결과 중단될 뻔한 구출 작전은 극적으로 진행이 되어 도재승은 꼬박 하루가 걸려 공항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여러 차례 어려운 순간이 생길 때마다 사람들에게 돈을 찔러주면서 위기를 넘겼다. 몇 시간 뒤 도재승은 스위스의 한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국팀의 품에 안길 수 있었다.

그의 구출 작전은 한국 내에서 수많은 기사를 쏟아냈고, 모든 공로는 전두환 정권에 돌아갔다. 그리고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 또한 세간에서 잊혀 갔다. 유럽 측 사람들은 도재승이 한국으로 무사히 돌아갔다는 뉴스에 안도했고 석방의 약속을 지켰다는 것에 만족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한국 정부에 대한 실망도 컸다.

전두환 정권은 끝까지 나머지 몸값을 지불하지 않았고, 온갖 위험을 감수한 사람들을 내팽개쳤으며, 노태우 정권에서는 전 정권에서 일어난 일로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논의조차 거부했다.

영화 교섭. 아니 왜? 소재가 흥행의 실패 원인!

 

영화 교섭. 아니 왜? 소재가 흥행의 실패 원인!

영화 교섭은 넷플릭스에 '탈레반에게 인질로 붙잡힌 한국 여행객들을 구하기 위해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이 힘을 합쳐 임무를 수행하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소개가 되어 있어서

huibud.com

 

구출 작전 10년 후

자신의 자금으로 몸값 절반을 지불했던 미술 수집상 N 씨는 한국 정부의 이런 처사에 처음에는 매우 분노하였으나, 나중에는 도재승이 가정으로 돌아가기까지 자신의 역할이 가장 컸다는 것으로 위안을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자국 외교관을 희생시킬 수도 있다는 식의 태도는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거의 평생을 한국 관련 업무에 종사해 왔고, 자신을 한국의 가장 가까운 친구라고 생각했던 미국인도 이 일에 대해서는 달리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미술 수집상 N 씨는 한국에 대한 실망감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살아왔고, 도재승 서기관 구출작전을 추진했던 기업인 C씨도 자신의 핵심 역할을 전혀 알리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 모든 일화는 구출 작전에 참여한 미국인의 증언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도재승 서기관은 이후 외교 업무에 복귀했고 주뭄바이 총영사 등을 지냈다. 그리고 1997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다 총영사로 부임하면서 10년 만에 중동에 다시 발을 들인 후 2000년에 퇴임했다.

레바논발 석방뉴스 보도사진
출처 : imnews.imbc.com / 레바논에서 전한 뉴스

이 사건을 보고 느낀 점

영화에서 보는 추적 스릴러 영화. 인질 구출 작전의 촌각을 다투는 머리싸움과 매 순간의 긴박감, 퇴직 요원에게 비밀리에 전달되는 OO 작전 등. 모든 게 영화의 한 장면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인 C 씨. 그의 친구 미국인, 미술 수집상 N 씨. 그리고 그들의 세계적인 네트워크는 영화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님을 느꼈다. 제3의 이슬람 무장단체. 몸값을 노리는 여러 갱단, 사람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는 테러리스트들 역시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돈이든 자국의 이익이든 종교 문제든, 목적을 위해 무고한 사람을 이용하는 것에 죄책감이 없는 집단과, 그것을 강력히 규제하지 않는 나라. 왜 그 지경까지 되었는지 역사적, 문화적 배경과 복잡한 정치적 상황까지는 모르겠다. 그걸 안다고 한들,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세상 한 쪽에서는 계속 납치를 하고, 한 쪽에서는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계속 나선다. 무언의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은밀한 직업군이 형성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들 생각의 중점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듯하다.

어찌 되었건, 도재승 서기관의 구출 작전에서 본 한국 정부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자국민 구출을 위해 약속하고 진행한 일에 정부가 뒤통수를 쳤다. 그로 인한 피해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약속을 깨버렸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그게 전두환 정권의 일이란 것에 더 할 말을 잃는다. 세상이 참... 무섭고 어처구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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