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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록창고

영화 잠 : 무속이냐 의학이냐. 결국 가정을 위한 절박함이 아니었을까?

by 휘벋 2024. 2. 22.

영화배우 이선균이 남긴 영화 '잠'. 어느날 갑자기 발현된 남편 현수의 몽유병 증상이 심각해지자 이 문제를 헤쳐나가는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 증상이 무속신앙에서 보는 빙의였는지, 의학적으로 보는 몽유병이었는지에 대한 해석은 관객에게 맡겨졌다. 그것이 무엇이었건 수진의 심리적 변화에 따른 절묘한 연출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오롯이 영화에만 몰입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럼, 영화 '잠'으로 빠져들어가 보자.

영화-잠-포스터
영화 잠 정유미, 이선균 주연

장르 : 미스터리
등급 : 15세이상 관람가
국가 : 대한민국
러닝타임 : 1시간 34분
개봉일 : 2023년 9월 6일
감독 :  유재선
출연 : 정유미 (수진 역), 이선균 (현수 역), 김금순 (해궁할매 역), 김국희 (민정 역), 이경진 (수진모 역), 윤경호 (의사 역)

영화 잠의 감독과 출연배우


영화 잠의 감독과 출연배우
영화 잠의 감독과 출연배우

유재선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 연출팀에 참여하면서 영화에 뛰어 들었다. 단편 영화로는 2018년 '부탁'으로 수상한 이력이 있으나 장편영화로는 첫 작품이다. 첫 작품으로 2023년 한국 영화 제작가 협회상의 신인감독상과 제 44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2024년 제 31회 제라르메 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최우수상까지 수상하였으니, 그의 재능이 참 탁월한 듯하다.

 

수진 역의 정유미 배우는 예능 프로그램 외에는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영화나 드라마가 없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정유미 배우를 다시 보게 되었다. 이선균 배우와는 첩첩산중, 옥희의 영화, 우리 선희에 이어 네 번째로 호흡을 맞추었다고 한다.

의사역을 맡은 윤경호 배우. 딱히 신뢰를 주지 못하는 의사로 수진이 무속신앙에 매달리게 한 빌미를 준 중요한 인물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무거운 주제의 영화에서 웃음을 주었던 캐릭터였다.

영화의 줄거리와 주요장면


직업이 배우인 현수와 직장을 다니는 임산부 수진. 이들 신혼부부는 강아지 후추를 키우며 알콩달콩 예쁘게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잠을 자던 현수는 멍한 표정으로 '누가 들어왔어'라는 말을 하고 그 이후 몽유병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영화 잠-치료받는 현수
렘수면장애 치료받는 현수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긁는가 하면, 냉장고 음식을 날 것으로 먹어대고 창문 밖으로 뛰어 내리려는 위험한 행동까지 날이 갈수록 그 증상은 심해진다. 병원에서는 현수에게 렘수면 행동장애 진단을 내린다. 약을 복용하고 주의사항들을 지키며 노력하지만, 후추가 냉동실에서 사체로 발견되고 수진은 불안해진다.

딸 하윤이 태어났지만 현수의 수면장애는 계속 되었다. 전처럼 기이하고 위험한 행동은 없었으나, 후추를 봤던 수진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병원에서 '언젠가는 낫는다'는 애매한 답을 들은 수진은 극도로 예민해져 결국 엄마를 통해 무당을 소개 받는다. 무당은 수진이 귀신을 끌어들였고, 현수가 남자 귀신에 씌였다고 한다. '개 짖는 소리, 애 우는 소리없이 너랑 단둘이 살고 싶다'는 귀신. 무당은 남자 귀신의 이름을 알아야 쫓아낼 수 있다고 한다.

영화 잠-신경이 예민해진 수진
현수를 지켜보느라 밤을 꼴딱 샌 수진

수진은 그렇다한 귀신의 정체를 찾지 못하던 중, 갑자기 층간 소음으로 타박이 많았던 아랫집 할아버지를 떠올린다. 그리고 아랫집에 이사 온 할아버지 딸에게서 할아버지의 이름과 이미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때부터 수진은 이 모든 일은 할아버지 귀신의 짓이라고 의심하게 된다. 게다가 무당이 준 부적을 침대 밑에 붙인 날 현수가 수면장애 증상을 보이지 않자, 전적으로 무속 신앙에 매달리게 된다. 수진은 날이 갈수록 신경이 예민해지고 오로지 현수로부터 아니, 할아버지 귀신으로부터 딸 하윤과 가족을 지키려 노력한다.

 

시간이 흘러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수진은 말없이 퇴원일을 하루 앞당겨 집으로 돌아오고, 수면 클리닉의 도움으로 완치 판정을 받은 현수는 꽃다발을 들고 집으로 향한다. 이제는 다시 예전처럼 예쁘게 살아가면 되는데 수진은 아니었다. 전적으로 무속에 매달리던 수진은 할아버지 귀신을 내쫓을 수 있는 마지막 날을 넘기지 않으려 퇴마 의식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부적으로 도배된 집과 퇴마를 위한 마지막 날

온 집안에 붙은 부적과 수진의 설명을 듣고 있자면 수진은 이미 제 정신이 아니었다.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하는데도 퇴마의식에 의한 일시적 효과로 치부했고, 남편 현수를 남편이 아닌 할아버지로 대했다. 아랫집 강아지와 할아버지의 딸을 복수 수단으로 이용했고 할아버지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이용했다. 현수는 그런 수진의 상태가 심각하며 되돌릴 수 없음을 느낀다.

마지막 장면, 현수의 입에서 '몸에서 빠져 나가겠다'는 할아버지의 말투가 흘러나오고, 수진의 눈에 할아버지가 창문을 통해 나가는 장면이 보인다. 그제서야 안심한 수진은 현수와 같이 바닥에 쓰러지고 이제 안심한 듯 잠이 든다.

영화 잠-퇴마를 설명하는 수진
할아버지 귀신을 쫓기위해 현수에게 설명하는 수진

영화 잠을 본 나의 해석


현수의 몽유병이 무속의 빙의였는지, 의학적인 수면장애였는지는 관객들 사이에 많은 해석이 있다. 유재선 감독은 투명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열린 결말로 영화를 끝냈다. 무엇이었을까?

나는 몽유병에 걸린 현수의 증상에 무당의 상황을 거부할 수 없는 절묘한 해석, 의사의 막연한 희망이 더해져 수진을 극한으로 몰아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속신앙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현대에 이르렀기 때문에, 무조건 과학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해서 미신으로 치부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영화 잠 현수, 수진, 후추 가족사진

하지만 무속에서 말하는 빙의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증상이 보이는 듯한데, 현수는 잠 잘때만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그래서 빙의는 아니었다고 나는 생각하고 싶다. 수진은 갓 태어난 딸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남편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벼랑끝으로 몰린 절박함으로 무속에 매달렸고, 무속을 맹신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수진이 온 집안을 부적으로 도배를 해 놓고 현수에게 설명할 때, 그 논리는 정확했다. 누가 들어도 일리가 있어 보였다. 현수가 완치 판정을 받지 않았다면 말이다.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 할 문제는 없다.

 

결국, 수진과 현수는 그들의 가훈처럼 둘이 함께 서로를 지켰다. 수진의 이상 행동도 가정을 지키기 위함에서 나온 절박함이었고, 현수의 마지막 행동도 수진을 지키기 위함이었다는 생각이다. 바로 사랑.


2023년 12월 26일 크리스마스 다음날 영화 잠을 보았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이선균 배우의 충격적인 뉴스를 보았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동안 스캔들 한 번 없이 올바르고 착한 이미지였는데, 그래서 더욱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한 것이 아닐까. 잘못을 한 연예인들도 시간이 지나면 복귀하고 예전처럼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세상인데... 그런 철판이라도 빌리지. 많이 안타깝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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