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이 나면 마음속에서도 끝나는 영화가 있는 반면, 세월이 흘러도 기억이 나는 영화가 있다.내게 영화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가 그런 영화 중 하나다.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충격적 소재는 완전히 뇌리에 박혀 기억에서 떠나질 않았다.
살인자의 이야기지만 오히려 예술적이기까지 한 영상들.
오늘 기억 속 영화, 향수를 소개한다.
영화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정보
장르 :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
등급 : 15세이상 관람가
국가 : 미국
러닝타임 : 2시간 26분
원제 : Perfume : The Story of a Murderer
원작 :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개봉일 : 2007년 3월 22일
재개봉일 : 2016년 5월 19일
채널 : NETFLIX 넷플릭스
감독 : 톰 티크베어
출연 : 벤 위쇼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역), 더스틴 호프먼 (주세페 발디니 역), 알란 릭맨주(안토인 리치스 역), 레이첼 허드우드 (로라 리치스 역)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감독과 출연배우
독일인 감독 톰 티크베어가 연출한 영화로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다.
벤 위쇼는 영국 배우로 마른 체형과 그가 풍기는 독특한 분위기는 그르누이 역에 너무도 잘 어울렸다. 007 시리즈에도 출연하는 등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가장 최근 영화로는 위민 토킹(2022년)이 있다.
더스틴 호프만은 그르누이의 향수 제조 스승으로 분했다.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의 줄거리
지금까지의 기억과 충격이 변형될까 봐 포스팅을 위해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너무 오래전 일이라 내용을 글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어 2배속으로 재감상했다.
영화의 전반적 분위기와 어둡고 지저분했던 프랑스의 거리, 그르누이의 우울하고 어두운 표정과 괴이한 행동들. 영화 제목처럼 향수에 취하듯, 예전 기억 속으로 빠져 들었다.
지저분한 생선 시장의 가판대에서 일을 하던 임산부는 진통을 느끼자, 바로 바닥에 누워 아이를 출산한다. 생선을 다듬던 칼로 탯줄을 자르고 진흙과 생선을 씻어낸 물, 생선에서 흐른 내장등이 뒤범범 된 바닥에 아이를 밀어놓은 채, 그대로 일어나 일을 계속한다.
이 여인에게는 5번째 출산으로 그동안 낳았던 아이들이 모두 사산되거나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 듯하다.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며 주위 사람들에게 발각되자, 도망을 가지만 결국 잡혀 사형을 당한다.
아이는 사람들에게 구출되어 고아원으로 넘겨진다. 이 아이의 이름은 그르누이.
그루누이는 5살이 되도록 말을 못했지만 세상의 냄새를 맡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그에게는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특별한 후각 능력이 있었다.
고아원 아이들은 괴이한 그를 멀리 했고 그르누이는 늘 혼자였다. 말을 배우긴 하였으나 그가 접하는 세상의 냄새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13살이 되던 해 그르누이는 7프랑에 가죽 염색공장으로 팔려간다.
5년을 버티지 못하고 죽어나간다는 곳에서 잡초처럼 살아남아 배달을 나가던 날.그르누이는 거리의 사람, 사물, 동물의 냄새를 맡느라 행복함마저 느낀다.
그런던 중, 어떤 향기에 눈이 번쩍 떠지며 홀린 듯 따라가게 된다.
자두 바구니를 든 여인. 그르누이에 놀라 비명을 지르는 여인의 입을 틀어막고 사람의 눈을 피하던 중 여인이 죽고 만다. 그르누이는 여인의 맨 살갗을 쓰다듬고 쓸어 모으며 그녀의 향기에 탐닉하지만 향기는 점점 없어져 갔다.
이후 한때 잘 나갔던 향수 제조자 발디니의 집으로 가죽 배달을 간 그르누이.
발디니도 파악하지 못했던 최근 유행하는 '사랑과 영혼'의 향수를 똑같이 만들어냈고, 그보다 더 좋은 향수까지 만들며 발디니 앞에서 절대 후각의 능력을 뽐낸다. 그의 능력을 알아본 발디니는 가죽 공장에 50프랑을 주고 그르누이를 사 오게 되고, 덕분에 승승장구한다.
조심히 다뤄라. 꽃이 향기를 간직한 채 천천히 죽게 해야 돼.
증류하여 나오는 향기는 장미의 영혼이다.
발디니에게 향수 제조법을 배우던 그르누이는 마법의 향수에 대한 전설을 듣게 된다. 12개의 재료는 찾았으나 13번째 재료는 아직 찾지 못했다는 말에 절대적 후각을 지닌 그르누이로서는 이해하지 못한다.
세상 모든 것의 향을 잡을 수 있다는 스승의 말에 여러 실험을 하던 그르누이는 유리, 구리 등에는 향이 없음을 알게 되고, 고양이 실험을 본 발디니는 크게 분노하며 고양이 냄새로는 향을 잡을 수 없고, 너와 나 또한 향수의 재료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
그 말은 들은 그르누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좌절하며 정신을 잃는다.
그루누이는 '향수업계 약속의 땅', '향수의 낙원'이라 일컫는 그라스로 가서 새로운 비법을 배우고자 한다. 발디니에게 여행 허가증을 받는 대가로 향수 제조법 100개를 넘겨주며 발디니를 떠난다.
그라스로 향하던 중 아무런 냄새가 없는 동굴 속에서 혼자의 느낌을 만끽하던 중, 자신에게는 자신의 체취가 없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된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존재감이 없었고 누구도 자신을 기억하지 않는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사람 같았다.
자신의 능력으로 최고의 향수를 만들어 세상의 영웅이 되어 그의 존재감과 특별함을 인정받기로 결심한 그르누이는 그라스로 향하던 중, 또다시 어떤 향기에 매료되어 한 여인을 쫓아가게 된다. 이후 그는 로라의 주변을 맴돌며 그를 주시한다.
그라스에 머물던 그르누이는 매춘부를 상대로 사람의 향기를 저장하는 방법에 성공하게 된다. 그 이후 마을에는 머리카락이 잘린 알몸의 처녀 시체가 계속해 발견되고, 그르누이의 마법의 향수 13개의 킷은 하나씩 채워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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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쇄 살인 사건으로 마을의 민심은 갈수록 흉흉해지고, 살인자가 성 경험이 없는 아리따운 처녀들을 노린다는 것이 밝혀진다. 리치스는 범인이 딸 로라를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로라를 강제로 결혼시키려 한다.
하지만, 결국 로라를 잃게 된다. 그르누이는 13번째 킷을 채우며 마법의 향수를 완성하는 순간, 체포되고 만다.
연쇄 살인범을 처형하는 날, 그르누이는 자신에게 마법의 향수를 뿌린다.
쇠사슬에 묶여 처형장에 가야 할 그르누이는 귀족 같은 차림으로 마차를 타고 대접을 받으며 처형장에 도착한다. 그곳에 모인 화난 군중에게 향수를 적신 손수건을 날리자, 향기를 맡은 군중과 처형을 주도하는 사람들까지 그르누이를 천사라 칭하며 환호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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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차례 손수건을 날리자 그곳의 사람들은 향기에 취해 서로 뒤엉켜 사랑을 나누기 시작하고, 로라의 아버지 리치스마저 그에게 용서를 구한다.
그르누이는 그런 광경을 보며 처음 그가 실수로 죽였던 자두 바구니를 든 여인을 상상한다. 상상 속 여인은 그르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그르누이의 눈에는 눈물이 흐른다.
자유의 몸이 된 그르누이는 그의 후각을 따라 자신이 태어난 더러운 생선 시장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남아있는 마법의 향수를 모두 자신의 몸에 뿌린다.
시장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향기에 취해 그르누이에게 몰려와 열렬한 사랑을 표하고 그렇게 그르누이는 소멸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감상후기
그동안 잊혀졌던 세부적 장면들을 다시 접하며 지금껏 가졌던 충격과 기억이 반감된 느낌이다. 하지만 인간의 향기를 저장한다는 소재는 지금도 내게는 충격적인 소재다.
형체도 없는 냄새에 집착하며 천재성을 잘못 발휘한 그르누이. 그의 능력이 제대로 쓰였다면 어땠을까. 시장바닥에서 어차피 죽을 아이로 취급되지 않고 사랑받고 자랐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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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누이가 태생부터 불행했다면 공교롭게도 그르누이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인생도 불행하게 끝이 났다.
- 고아들을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겼던 여주인은 그르누이를 7프랑에 팔아넘기고 돌아가다 살해당했다.
- 50프랑을 받고 발디니에게 넘긴 가죽 공장 주인은 마차에 치어 죽었다.
- 100개의 향수 제조법을 건네받고 기뻐하며 잠이 들었던 발디니는 그날 밤 건물이 무너져 죽었다.
- 그라스의 염색공장 공장장은 그의 공장에서 여인들의 시체가 나오자 살인범으로 몰려 사형당했다.
그르누이는 애초에 불행을 달고 태어난 것일까. 그렇게 갈구하던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었던 욕망을 마지막으로 원 없이 누렸건만, 모든 게 부질없었다. 처형장에서 흘린 그의 눈물에 많은 것이 담겨 있는 듯하다.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을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뉜다고 한다. 하지만, 소설과 상관없이 이 영화는 한 번쯤 볼 만한 영화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느낌과 평은 각각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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