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영화 중 실화 바탕이라 보게 된 마하라지. 어디나 비상식적이고 못된 놈들이 문제다. 그런 놈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에 있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이 '마하라지'를 보면서 한 때 시끌했던 그 종교도 생각났고, 사이비 종교에 심취하는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심리도 궁금했다. 그리고 비상식을 상식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에 갈채와 응원을 보낸다.
실화바탕 인도 영화 '마하라지'
영화 '마하라지' 정보
장르 : 드라마,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국가 : 인도
시간 : 131분
원제 : Maharaj
원작 : 사우라브 샤 '마하라지'
채널 : NETFLIX 넷플릭스
오픈일 : 2024년 6월 21일
감독 : 시다르트 P 말호트라
출연 : 주나이드 칸 (카르산 역), 자이딥 알라왓 (야두나트 마하라지, JJ 역), 샤르바리 와그, 샬리니 판데이(키쇼리 역), 제이 우파디아이, 비라프 파텔
영화 '마하라지' 줄거리
어려서부터 질문과 호기심이 왕성했던 카르산은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그랜드 하벨리 근처의 이모집에서 이모의 사랑으로 자라나게 된다. 카르산은 라스트 고프타르 신문에 종종 기고를 하면서 자유와 진보를 위해 싸우는 개혁주의자가 되었다.
홀리 기간이 되자 카르산도 한껏 기분이 업되어 하벨리에서 그녀의 약혼자 키쇼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벨리의 대사제이자 실질적 통치자인 JJ도 이 날의 분위기를 흡족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약혼자보다 마하라지가 더 중요하고 사랑보다 종교가 우선이라 생각하는 키쇼리는 그날 JJ의 부름으로 일명, 새 신부는 먼저 마하라지와 함께 누워야 하는 봉사를 하게 된다.
그렇게 마하라지와 여성의 성교 장면을 남자들은 돈을 내고 위에서 지켜보는 황당하고 어이없는 현실. 그러나 그것에 반기를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오히려 봉사한 날 그 여성의 집에서는 랍시 요리를 먹으며 그것을 기념한다.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키쇼리를 찾아나선 카르산은 하벨리 2층에서 남자들이 지켜보는 작은 창을 통해 마하라지와 키쇼리의 잠자리를 목격하게 된다. 카르산은 방으로 쳐들어가 비상식적인 종교의식에 대해 화를 내고 따져 묻지만, 마하라지는 그 특유의 미소를 머금을 뿐이고, 키쇼리는 성스러운 종교의 의식이라며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지 못한다. 결국 카르산은 파혼을 선언하게 된다.
카르산은 몹시 슬픔에 젖어 하벨리의 사제에게 왜 잘못된 것을 바로잡지 못하냐 묻는다. 사제는 답한다.
"야두나트 마하라지의 기운에 눈이 멀었다.
그 덕분에 하벨리가 번창했고 그들의 종파가 전국 각지에 퍼졌다.
그가 하벨리의 얼굴이 되었고, 이제 JJ의 힘이 너무 세져서 하벨리 안의 사제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다.
사제들이 안에서 못하는 걸 카르산이 밖에서 해 달라."
한편, 키쇼리는 슬픈 마음으로 마하라지를 찾아가고 그런 키쇼리를 마하라지는 특별히 예뻐해주겠다며 위로한다. 키쇼리는 특별한 여인이 된 듯한 착각을 하지만, 마하라지가 그녀의 동생에게도 똑같은 말을 하며 봉사를 유도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크게 화를 낸다.
그리고 그제서야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상심에 빠진다. 결국 카르산에게 인간과 신을 구분하는 눈이 멀었었다며 JJ의 진짜 얼굴을 만천하에 공개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이제 종교의 힘을 모르는 카르산과 글의 힘을 모르는 JJ의 보이지 않는 싸움이 시작된다.
카르산은 사티야 프라카시 신문사를 만들고 하벨리의 대사제 마하라지의 잘못된 욕망에 대한 기사를 실어 신문을 발행한다. 마하라지 측에서도 카르산을 예의주시하며 신문을 운반하던 마차를 습격해 신문에 불을 지르고 모두 탈취하는 등 방해를 시작한다. 탈취한 신문기사를 보며 마하라지는 말한다.
"권리를 박탈당하면 싸워야 한다. 종교보다 더 폭력적인 전투는 없다."
단식기간이었던 그즈음, JJ는 도시의 모든 하벨리의 문을 열지 못하게 한다. 아침 기도를 마쳐야 단식이 끝나는 것을 노려, 신도들이 굶주림으로 카르산에게 사죄를 강요할 것이란 심산이었다. 카르산이 용서를 빌면 그때 문을 열 작정으로 하벨리의 파업을 선언한다.
역시나 하벨리에서 내 건 공지를 보던 군중들은 카르산이 나타나자 사죄를 하라며 카르산에게 몰려간다. 카르산은 그들에게 정의가 무엇인지, JJ가 하는 짓을 폭로하며 군중을 설득한다. 군중들은 카르산의 말에 수긍하는 듯 조용해진다.
이때 군중 속에서 나타난 여성 비라지는 카르산의 연설에 크게 동조하며 군중의 반응을 이끌어낸다. 하벨리의 사제는 광장에서 기도를 올릴 수 있도록 의식 진행을 도와준다. JJ는 2층에서 그 광경을 굳은 얼굴로 조용히 내려다본다.
다음날 거리에서 열린 기도회는 신문마다 도배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다. 한편 JJ는 카르산의 아버지에게 역병이 돌 때 쥐를 죽이는 건 미덕이라며 늦지 않게 조치하라 협박한다. 결국 카르산은 모든 권한을 박탈당하고 집안에서 추방된다.
카르산은 신문 발행을 멈추지 않고 이어갔고 많은 사람들에게 신문이 전달되는 것에 성공한다. 이후 JJ는 하벨리 광장에서 봉사할 여성을 선택하지만, 옆에 있던 어머니에게서 딸이 몸이 좋지 않아 용서를 구한다며 정중히 거절하는 일을 겪게 된다. 글의 힘으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JJ는 카르산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카르산은 5만 루피를 내야하는 신세가 되지만, 전 재산을 합쳐도 5천 루피가 안된다며 최악의 경우 감옥에서라도 계속 기사를 쓰겠다고 다짐한다.
이제는 법정에서 싸워야 할 판이나 JJ의 악행에 대한 증거와 증언해 줄 증인이 없다. 마하라지가 카르산을 고소했다는 소문이 나자, 바티야 분파에서는 회의를 소집해 JJ에게 불리한 증언을 해 줄 사람들을 모집하였고 다행히 증인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러나 JJ측에서 바티야 분파의 증인과 바티야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여 증인석에 서는 것이 불투명해졌다는 얘기를 들은 카르산은 JJ의 이런 모든 야비한 짓을 기사로 내겠다며 신문사로 향한다. 그러나... 신문사는 불타고 있었다. 인쇄기도 모두 타 버렸다.
좌절한 카르산에게 비라지는 16살에 부모의 손에 이끌려 하벨리에 가 봉사를 했다는 고백을 한다. 부모가 딸을, 남편이 아내를 봉사하게 만드는 현실에서 카르산이 여성의 명예를 찾아야 한다는 비라지의 눈물 어린 격려와 응원으로 카르산은 다시 힘을 낸다.
JJ의 아내 바후지와 JJ의 주치의도 법정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카르산을 돕고,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로부터 인쇄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도 제공받았다.
드디어 봄베이 대법원에서 재판이 열렸다.
JJ에게 불리한 증언을 해 줄 증인들을 협박과 강제 결혼으로 막았던 JJ는 여유롭게 법정에 선다. 재판의 열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카르산이 증인석에 섰을 때 카르산은 JJ의 악행에 대해 일장 연설과도 같은 긴 증언을 한다.
신은 저의 보호자이십니다. 제 몸, 영혼, 재산, 제 세상을 신께 바칩니다.
→ 새 신부는 먼저 마하라지와 함께 누워야 한다.
성전은 산스크리트어라 아무나 읽을 수가 없어 번역이 필요하다. 그러나 JJ의 번역에는 이렇듯 의도적으로 추악하게 잘못 해석한 예가 많았다. 자기 나름대로 각색을 한 것이다. 지도자와 구루는 성전을 곡해하면 안 된다.
누가 그에게 그런 힘을 주었는가? JJ는 그의 추종자들이 힘을 주었다고 말한다. 그들이 매번 경의를 표하며 해석을 요구하고 자의적으로 봉사를 했다고 말한다.
구루는 그런 무지한 사람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JJ는 그들의 무지를 이용해 욕정을 채우며 자신을 신격화한 것이다.
증인으로 세워진 카르산은 발언을 모두 마치고 '증거가 있을 때만 진실을 말하라'는 교훈을 얻었다며 "감옥에 가더라도 계속 의문을 제기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다. 혼자라도 싸워 나갈 것이다"라고 비장하게 말한다.
조용해진 법정. 바로 그때, 카르산의 이모를 선두로 하나둘씩 JJ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나선다. 이로써 7일간 32명. 여자는 물론, 아내나 누이 또는 딸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남자들의 증언이 계속되었다.
이에 봄베이 대법원은 카르산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야두나트 마하라지에 대해서는 형사 소송을 제기하라고 제안한다. 그리고 마하라지의 명예훼손 소송 덕분에 신성한 봉사 같은 의식이 금지되었고, JJ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선례가 만들어졌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사회는 '카르산 다스 물지'같은 위대한 개혁가의 유산이며, 그는 다리를 놓아주지 않아도 신께 닿을 수 있다고 가르쳤다. 종교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수단이지 신이 되는 게 아니다.
라는 자막을 끝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 '마하라지' 감독과 출연배우
사다르트 P. 말호트라 감독은 We Are Family(2010), Hichki(2018)에 이어 2024년 마하라지 감독을 맡았다.
주연 카르산 역을 맡은 주나이드 칸은 '세 얼간이'에 출연한 인도의 국민배우 '아미르 칸'의 아들로, 이번에 주연을 맡은 '마하라지'는 넷플릭스에서 공개 직후 22개 국가에서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고 한다. 곱상한 외모가 사회 개혁주의자의 강한 이미지와는 약간 동떨어지는 듯한 느낌도 있었으나 과하게 튀지 않는 연기로 더욱 응원하게 했던 것 같다.
JJ의 역을 맡은 자이딥 알라왓은 2004년부터 연기를 시작해 2012년부터는 거의 매년 여러 작품에 출연한 배우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마하라지에서 처음 본 것 같다. 영화를 보며 이 배우가 궁금했다. 어쩌면 부도덕한 구루의 역을 그토록 잘 연기했을까. 큰 움직임도 언성이 높아지는 씬도 없이 특유의 비열하고 얄밉기까지 한 그 야릇한 미소가 주먹을 부르기 십상이었다. 야비함을 감추고 인자함을 가장한 뱀의 미소. 나쁜 놈!
사람과 신을 구분하지 못했던 키쇼리 역의 살리니 판데이와 왈가닥처럼 어설프지만 카르산을 좋아하며 끝까지 힘이 되어준 비라지 역의 샤르바리 와그도 이제는 다른 영화에서 보면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마하라지'를 보고 나서
인도 영화. 뭔가 우리가 어려서부터 배웠던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게 가르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인도 영화는 때가 덜 탄 감성의 영화라는 느낌이다.
영화 마하라지도 당연하고 상식적인 것을 세워나가기 위해 싸우는 한 사회개혁가의 이야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더 마음에 와닿았고, 우리나라와 비슷한 역사의 흐름을 가진 인도라 더 몰입하고 공감하게 되는 부분도 있는 듯하다.
그렇다. 어디나 비상식적인 나쁜 놈들은 있다. 그들이 날개를 펴느냐 그냥 쭈그러드느냐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누가 그에게 그런 힘을 주느냐. 바로 추종자들이다. 그릇된 지도자를 만드는 건 무지한 추종자들이다. 그리고 그렇게 세운 지도자에 의해 착취당하는 것도 무지한 추종자들이다.
이 바보 같은 일들이 왜 지금도 사회 이곳저곳에서 계속되는 것일까. 무엇이건 받아들이는 사람이 똑똑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회의 작은 이면에서부터 큰 이면까지 그게 무엇이건.
마하라지를 보고 우리 사회의 이것저것과 많은 부분이 결부되어 생각되면서 한숨도 나왔다. 붐베이 대법원의 속 시원한 판결처럼 우리나라에도 속시원한 일들이 많이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인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마하라지'는 마샬라 영화의 그 유쾌한 장면은 많이 없지만, 그렇다고 무겁고 어두운 느낌은 아니기에 당연하고 상식적인 것이 제대로 세워지는 것에 갈증을 느끼는 분들에게는 추천할 만한 영화이다.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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