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계시록에서 목사역을 맡은 류준열. 한순간의 죄를 덮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출세를 위해 우연한 현상들을 모두 하나님의 계시라 굳건히 믿고, 그 믿음이 강한 신념이 되어 미치광이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았다. 강한 신념에 사로잡힌 자들은 '차안대'를 한 말과도 같이 주위의 다른 것을 보지 못한다. 아니, 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위험하다.
오늘은 무거울 수 있으나 느낌이 많은 영화 계시록의 정보와 줄거리, 감상 후기를 소개한다.
영화 계시록
영화 '계시록' 정보
장르 : 스릴러, 호러, 미스터리, 범죄, 타크 판타지, 서스펜스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국가 : 대한민국
시간 : 102분
원작 : 최규석의 웹툰 '계시록'
채널 : NETFLIX 넷플릭스
오픈일 : 2025년 3월 21일
감독 : 연상호
출연배우 : 류준열(성민찬 목사 역), 신현빈(이연희 형사 역), 신민재(권양래 범인 역)
영화 '계시록' 감독과 출연배우 (등장인물)
감독 : 연상호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영화감독으로
2004년 단편 애니메이션 '지옥:두 개의 삶'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으며, 2011년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으로 이름을 알렸다. 애니메이션 '서울역'을 끝으로 실사 영화 제작에 전념하였다.
영화로는 '부산행', '염력', 반도'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정이'가 있다. 그가 해 온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보면 연상호 감독의 색깔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출연배우 (등장인물)
- 류준열(성민찬 역) : 조그만 개척교회의 목사다. 교회에 처음 온 전자발찌를 찬 권양래를 만나면서 성민찬은 모든 우연한 상황들을 자기 상황에 맞추어 하나님의 계시라고 강하게 믿게 된다. 광기 어린 눈으로 기도하는 류준열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 신현빈(이연희 역) : 권양래의 범행으로 동생 이연주를 잃고 도움을 주지 못한 죄책감에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형사역이다. 늘상 어둡고 우울해 보이는 캐릭터로, 동생과 동생을 죽게 한 범인 사이에서의 심리 상태를 잘 그려낸 듯하다.
- 신민재(권양래 역) : 성범죄 전과 2범으로 전자발찌를 착용한 전과자이다. 10년동안 아버지로부터 온갖 학대를 받고 고장 난 인간이 되었다. 성민찬 목사의 아들을 유괴했다는 오해를 받은 이후 성목사로부터 끈질긴 추적을 당하게 된다. 자신의 범죄는 외눈박이 괴물에 의한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 '계시록'의 줄거리
지방 도시 '무산'. 성민찬 목사는 개척 교회를 운영 중이다.
어느 날, 권양래가 교회 예배에 참석하면서 민찬과의 인연이 시작된다.
민찬은 그를 성도로 등록시키기 위해 차를 내주며 일방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고 성도등록카드를 작성하려 하지만, 권양래는 호의적이지 않다.
권양래를 배웅하던 민찬은 그의 발에 채워진 전자발찌를 보게 된다. 왠지 찜찜하다.
그날 저녁, 동창 모임에 나가는 아내와 대단지 아파트 공사현장을 지나던 중, 하늘사람교회 건립 공사 현장을 보게 되는데 건축주가 잘 알고 있는 정영찬 목사다. 민찬이 그의 밑에서 4년간 새벽 승합차를 몰았었고 개척의 사명을 띠고 무산에 내려온 바 있다.
아내는 정목사가 신축교회를 민찬에게 맡길 것 같다며 김칫국을 마시고, 모임에서 늦을 수 있으니 아들의 하원을 민찬에게 부탁한다.
민찬은 그날 오후, 교회 담임 목사를 기대하며 정목사를 찾아가지만, 오히려 적당한 사람을 추천해 달라는 제의를 받는다. 부부의 꿈이 너무 컸다. 민찬은 낙담한다.
교회로 돌아온 늦은 저녁, 아내의 다급한 전화를 받는다. 유치원에서 아들을 어떤 남자가 데려갔다며 유괴된 것 같다고 울부짖는다. 하원을 잊고 있었던 민찬은 정신을 차려보지만 불안하기만 하다.
전자발찌. 빗물에 젖어 이상한 형상으로 번진 권양래의 프린트된 사진.
민찬은 권양래가 자기 아들을 데려간 유괴범이라 확신하게 된다.
민찬은 권양래의 집 앞으로 찾아가 그의 동태를 살핀다. 권양래가 삽과 비닐봉지를 차에 싣고 어딘가로 출발하자 그를 쫓기 시작한다.
깊은 산속까지 쫓아간 민찬은 권양래와 몸싸움을 벌이게 되고, 그 과정에서 권양래는 작은 낭떠러지로 떨어져 바위에 머리를 부딪친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피를 흘리며 기척이 없다.
당황한 민찬은 119에 전화를 하려 하는데 아내로부터 전화가 온다. 아들이 친구 아빠를 따라 친구네 집에 갔었다는 것이다. 민찬은 이 상황에 어쩔 줄을 몰라한다.
번개와 천둥이 치고 비가 쏟아붓는 캄캄한 밤. 번개가 번쩍하는 순간, 민찬은 건너편 산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보게 된다. 민찬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피를 흘리고 있는 권양래를 더 깊은 낭떠러지로 밀어서 떨어뜨리고 그 자리를 떠난다.
다음날, 개척교회 신도, 신아영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전자발찌를 끊고 행적이 묘연해진 권양래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다.
연희와 윤규는 민찬 목사를 찾아가 전날 아들 유괴범으로 권양래를 신고했던 경유 등에 대해 조사한다. 연희 형사는 교회 이름이 새겨진 흙투성이의 점퍼와 신발장의 신발을 보고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다.
권양래의 차가 발견되면서 폴리스라인이 설치된다.
현장에 찾아간 민찬 목사의 질문에 연희 형사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를 주시한다.
시신도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신아영 실종사건은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권양래의 시신도 찾지 못하던 중,
민찬은 요양원으로 봉사활동을 가는 아내를 데려다주러 산중턱에 위치한 조그만 요양원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어젯밤, 한 남자가 피투성이가 되어 산에서 내려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구급차가 곧 도착할 것을 알게 된다.
민찬은 몰래 그 남자가 있다는 2층으로 올라 가 피투성이의 권양래를 확인한다.
그리고 또다시 하나님의 계시라 여기는 형상을 보게 된다.
민찬은 권양래를 그곳에서 데리고 빠져나온다.
그리고 공사가 중단된 건물로 권양래를 데리고 가 그신아영의 위치를 말하라 다그친다. 권양래는 자신을 죽이면 아영이를 죽이는 것이라며 경찰을 부르라는 말을 되풀이하지만, 민찬이 경찰을 떳떳하게 부를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
권양래의 찬송가에 이성을 잃은 민찬은 쇠파이프를 내리치고 테이프로 권양래의 얼굴을 칭칭 감아 건물 창고 안쪽에 방치하고 떠나버린다.
그리고 교회로 돌아가 아영이의 부모를 포함한 신도들과 함께 아영이를 위한 기도회를 연다. 그러나 그 기도에 아영이는 이미 하나님 곁에 간 죽은 아이가 되어 있었다. 기도하는 민찬의 얼굴은 점점 광기가 서린다.
한편, 민찬을 의심하던 연희 형사는 그의 차바퀴에 묻은 오디를 단서로 권양래가 방치되어 있는 건물을 찾아낸다.
동생을 잃은 후, 단 둘이 마주하게 된 양래와 연희. 그리고 갑자기 들이닥친 민찬.
목사, 범죄자, 형사가 한 자리에서 뒤엉키며 민찬 목사의 광기는 극에 달한다.... 악마 권양래를 죽이는 것이 하나님의 계시라 굳게 믿고 발광하는 민찬 목사, 류준열의 연기에 소름이 돋았다.
더불어 지금의 현실과 오버랩되면서 욕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미친 X가 따로 없다.
롱테이크로 연출된 이 장면은 영화의 절정을 이룬다. 세 사람의 각기 다른 광기와 울부짖음은 극에 달한다.
한편, 권양래로 인해 감금당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며 그 사건에서 벗어 나오지 못하는 연희는 당시 권양래의 정신 상태를 증언한 의사를 찾아간다. 그로 인해 끔찍한 죄를 지은 범죄자가 동정 여론의 대상이 되었고, 이에 괴로움을 견디지 못한 동생이 죽었다고 생각해 왔다.
그는 인간 권양래에 대해 알고 싶었다. 의사는 10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온몸이 끔찍한 상처투성이였던 권양래의 사진을 보여주며, 그도 인간이라고 했다. 고장 난 인간. 그리고 그 사건은 연희의 잘못이 아니었으며 동생 연주의 형상 또한 스스로의 죄책감이 만든 허상이라고 말한다.
연희 형사는 한참 동안 눈물을 흘린다.
권양래는 비극의 원인을 외눈박이 괴물이라 하고,
성민찬은 신의 계시라고 한다.
이연희 형사는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이 3가지는 다른 것 같지만, 사실은 같은 것이다. 사태의 원인을 하나의 대상에서 집요하게 찾으려고 한다.
이 세상의 비극은 대부분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복합적인 원인에서 발생한다.
악마, 괴물 이런 것들 다 인간이 스스로 편의에 의해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낙성 정신과 의사의 이 말은 크게 공감이 되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우연한 사건과 기이한 형상을 보면서 이를 신의 계시라고 절대적으로 받아들였던 민찬 목사.
그는 끝까지 기이한 형상들을 신의 계시였다고 여전히 믿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신의 계시의 축이 되었던 아영의 생사 여부를 전해 듣게 되는데...
영화 '계시록' 감상후기
계시록. 묵직한 제목에서 오는 어두운 영화였다.
아닌 것을 맞다고 철저히 믿으며, 그 믿음이 강한 신념이 되었을 때 인간은 가장 위험해진다. 독일 철학자 니체는 '강한 신념을 가진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이들은 가장 무서운 존재다'라고 하였다.
영화 계시록에서 보여 준 세 주인공의 잘못된 맹목적 신념은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도, 탄핵 국면의 이 시대를 돌아보면서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 영화였다.
민찬과 권양래는 그들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었다.
단지, 그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핑곗거리를 만든 것뿐이다.
그렇게 자신의 잘못을 희석하고자 했을 뿐이다.
맹목적 신념의 축이 무너졌을 때, 허망한 표정과 알 수 없는 감정으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리던 민찬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그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 중 극소수에 해당하는 사람들...
어쩌면 그들도 언젠가 민찬과 똑같은 눈물을 흘리게 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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