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중에 리메이크다. 패러디다, 오마주다 하는 얘기는 많이 들어보았다. 뭔가 원작을 가지고 다시 만들거나 풍자하거나 비슷하게 따라한다거나. 뭐 그 정도로 생각했다. 그다지 크게 틀린 것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영화 용어에서 정의하는 정확한 내용을 한 번 알아보려 한다. 패스티쉬 또는 패스티시라고 표기하는 이 용어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리메이크 영화 (Remake Film)
이미 만들어진 영화와 동일한 내용으로 다시 만들어진 영화를 말한다. 대중적으로 성공하였거나 작품성에서 인정받은 원작을 그 시대와 문화에 맞춰 재탄생 시켜 이전의 대중적 성공을 기대할 목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대표적으로는 '오션즈 일레븐',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이탈리안 잡', '스카페이스' 등이 있다. 또한 원작의 유명세로 자주 리메이크되는 영화로는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한국의 '춘향전' 등이 있다.
일본 '7인의 사무라이' (1954년) → 미국 '황야의 7인' (1960년)
일본 '요짐보' (1961년) → 미국 '황야의 무법자' (1964년) → 미국 '라스트맨 스탠딩' (1996년)
프랑스 '니키타' (1990년) → 미국 '니나' (1993년)
스페인 '오픈 유어 아이즈' (1997년) → 미국 '바닐라 스카이' (2001년)
홍콩 '무간도' (2002년) → 미국 '디파티드' (2006년)
스웨덴 '렛 미 인' (2008년) → 미국 '렛 미 인' (2010년)
한국 '하녀' (1960년 김기영 감독) → 한국 '하녀' (2010년 임상수 감독)
홍콩 '영웅본색' (1986년) → 한국 '무적자' (2010년)
패러디 영화 (Parody Movie)
기존 작품을 모방하여 과장이나 풍자적으로 표현해 해학적으로 재탄생시킨 영화를 말한다. 내용이 과장되고 익살스러우며 대부분 정치나 사회 현상등을 풍자한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로 인식되며 원작을 적절히 모방하고 변형해 웃음을 유발하고 조롱하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작품의 가치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고도 볼 수 있다.
패러디 영화로는 서부영화를 패러디한 '불타는 안장', 공포 영화를 패러디한 '젊은 프랑켄슈타인', 알프레드 히치콕의 스릴러를 패러디한 '격심한 불안'등이 있다.
패스티시, 패스티쉬 (Pastiche)
기존 작품을 모방한다는 면에서는 패러디와 흡사하나, 패스티쉬는 단순 모방 짜집기의 성격이 강하다. 다른 작품의 내용이나 캐릭터를 모방하는 것 뿐 아니라, 스타일이나 분위기를 차용하는 것도 포함되기 때문에 베끼기에 급급한 저급한 패러디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패스티시의 전체적인 의미가 아닌 단면만을 이해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엄연히 패스티쉬는 원작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밑바탕으로 하며 특정 작품의 요소들을 차용하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스타일을 추가하여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고 본다. 새로운 창작 과정 중 타 작품에서 영감을 받는 긍정적인 부분으로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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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퍼센트의 용액'과 '셜록 홈즈의 마지막 날들'은 셜록 홈즈를 소재로 한 패스티시 영화로 독특한 설정과 스토리는 관객들에게 인기를 끌었으나 원작과의 지나친 유사성이나 모방성으로 비판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 외에도 '스타워즈' 시리즈의 패스티시 작품 '갤럭시 퀘스트'와 '해리포터' 시리즈의 '캐스피언 왕자'도 각각 세계관과 캐릭터, 모험을 연상시키는 요소를 차용하면서 자신만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창조하여 독자적인 재미를 제공하였다는 시각이다.
오마주 (Hommage)
오마주는 프랑스어로 존경, 경의를 뜻한다. 존경하는 영화인의 재능과 업적을 기리며 그의 작품 속 주요 대사나 장면을 응용해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 '원작자에 대한 존경과 존중의 의미'도 작가만의 생각이고, 또한 패러디처럼 처음부터 밝히는 것이 아닌 작품속에 녹아들게 하는 만큼 알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존경의 뜻으로 모방을 하였다면 그 부분을 빼더라도 작품의 완성도에 지장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작품에 공을 들이고 사이사이 명장면을 끼워 넣었을 것이고, 오마주를 제외하면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라면 패러디도 오마주도 아닌 그저 표절에 불과할 것이다.
다음은 대표적인 오마주 작품과 원작들이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드레스드 투 킬' (1980년) - 알프레드 히치콕의 '사이코' (1960년) 욕실의 샤워 살인 장면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도청 The Conversation' (1974년) - 미켈란제로 안토니오니의 '욕망' (1966년)
라스 폰 트리에의 '범죄의 요소' (1984년) - 프리츠 랑의 '엠M' (1931년)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 (1992년) - 오우삼의 '첩혈쌍웅' (1989년) 권총 액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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